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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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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0:36:54)

 언제나 처럼,
 가라앉은 기분을 유쾌한 껍데기로 위장하고 하루 하루를 보냈었었다. 그렇게 티안나게 다닌다고 해서 개인의 내제된 상념을 타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의 시각에서 나를 숨기려 하는 것 보다는 나 스스로조차 속아넘어 가도록 자기암시를 계속 걸어주는, 그런 하루하루였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내 마음의 상태가 정말 멀쩡한건지 아니면 그냥 괜찮은 척 하는건지 도통 판단할 수 없었다.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심리적 파도 속에서 나는 계속 표류하고 있었고  그렇게 격하게 넘실대는 감정의 바다에서 외로움, 상처의 아픔, 이별의 시원함, 심리적 공허함, 무기력함, 답답함, 패배감, 초조함, 일탈충동 등등 수만가지의 높고 낮은 각각의 또 다른 파도와 부딛혀가며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판단해 본다는 그런 심리적 여유가 나에겐 없었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스스로를 판단하고 측정한다는것 자체가 그릇된 판단의 우를 범하기 쉬운 상태일꺼란 생각도 든다.

 

 어쨋든,
 보다 유쾌한 형식으로 표출되는 내 정제된 감정 표현의 이면에는 앞서 말한 정서적 불안이 동반되어 있었다는 말을 하고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과연 내 정서가 안정되어 있는지 또는 안정된 척 하는건지 알 수 없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내어본다. 스스로에게 아직 확실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랄까..

 그런의미에서 보면 무의식 적인 자기 암시가 스스로에게 꽤나 성공적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수많은 감정의 파도에 익숙해진 건지, 시간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힘에 무릎꿇은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내 심리적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무의식적 회복의 방편은  ' 자포자기 '  로 귀결된 듯 하다.

 결국 내 바람대로 되는것은 하나도 없으니, 알아서 흘러가게 나를 놓아두는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ㅡ. 는 다소 패배주의적인 생각에 '될되로 되라, 어차피 나는 나다ㅡ.' 라는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다소 방관자 적인 판단이 섞이며 그렇게 내 마음을 가라앚히고 있었던 듯 싶다.

 

 

냉정하게 따져보았다.

 

" 사람 인연이 떼쓴다고 생기진 않잖아..? "

 

 이성적인 판단에서 유효하지 못한것을 심리적인 바램만으로 취하는것은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 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성적 판단이 배제되었던, 원초적인 감정의 욕구들이 쉽게 잦아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 심리적 평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이 든다.

 

 

 마음을 비우는 것.

 

 수많은 상념들에 파뭍혀 휘둘리던 나에겐
결과적으로 유효한 처방전이 되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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