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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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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0:40:27)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침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완전히 마르지 않아 조금 눅눅한 머리카락 채로 베게맡에  눕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 동이트며 밝아지기전에 잠이 들었으면 싶었다. 나는 서둘러 잠을 청하려 노력했다.

 세상이 고요함과 평혼함에 묻힌 듯 하자마자 불안함과 자괴감, 의구심따위로 떡진 감정이 내 마음속에서 어지럽게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연인 앞에서 초라한 내 모습에 질릴 대로 질리고 지칠 대로 지쳤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직까지 그 초라한 모습 그대로였다. 어째서일까? 이 애절함과 비참함은 왜 내 속을 좀먹으며 크고 있는 것일까?

 내 비뚤어진 열등감이 불편하고 무서웠다.

 속으로 곱씹다 곪아 터져버린 내 속이 불편했고, 그럼에도 항상 이런 문제 앞에서 초연하게 견뎌내던 내 자신이 무서웠다. 그리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것 같은 이 현실또한 상당히 무거울 듯 했다. 아마 난 또 그때마다 몸 속 깊은 곳 에서부터 녹아내리고 함몰되는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견뎌내고 있겠지..

 푸르스름한 빛이 창 밖에서 부터 투영되기 시작했다.

 노동으로 지친 몸은 샤워 후 노골노골하게 녹아내리며 숙면을 원하고 있었지만 오늘도 제대로 된 잠은 힘겨울 듯 했다. 동이트며 점점 밝아지고 있는 커텐 뒤편의 배경을 보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오래전 부터 사용하던 낡은 수면안대와 귀마개를 챙겨들었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을 떠도는 이 끈적한 근심거리들도 뱉어지는 공기와 함께 배출해버렸으면 싶었다.

 나는 귀마개를 끼고 안대를 쓰려 했다. 그러나 나는 안대를 쓸 수 없었다. 낡은 수면안대의 고무밴드는 속절없이 끊어져 버렸다. 세상과 나를 격리시켜주는 유일한 방어선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고, 오늘은 수면안대의 도움없이 잠을 청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세상은 무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의 나는 잠들지 못하고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나에대한 세상의 무관심함과 불친절함이 유난히 원망스러웠다.

 

 그날, 나는 세시간도 채 숙면을 취하지 못하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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