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에 퇴근을 했다.
건물 로비를 나와 유리문 밖을 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 우~~와~!! "
나는 단발마의 탄성을 내뱉으며 종종걸음에 눈밭으로 뛰쳐나갔다.
이른 새벽,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아 꼭 케이크 위의 생크림 처럼 달콤하게 쌓인 눈 위로 나는 발자국을 꾹꾹 찍으며 어린 애 같이 즐거워 했다.
발끝에서부터 들려오는 뽀드득 소리가 기분좋게 울렸다. 뽀드득 뽀드득 거릴때마다 나는 순진하게 웃음지으며 좋아라했다. 눈 오는날 특유의 적막감에 아주 잠깐이였지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렇게 설레일 수 있었던듯 싶었다.
그렇게 웃음지으며 들뜬 기분으로 나는 걸음을 마저 옮겼다. 새벽 퇴근길에 있는 공원을 지나며, 횡단보도를 건너며, 택시정류장 까지 가는 길에도 은은한 적막감과 눈 밟히는 울림이 계속 되었다.
오늘 퇴근길은 기분이 참 좋았다.
.
..
...
고요함과 적막감으로써 세상과 격리된 느낌을 받고나서야, 비로소 기분좋게 미소지을 수 있다는 나 자신이 조금은 안쓰러운 퇴근길이 된 것 같기도 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