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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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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0:54:12)

 이른 새벽,

세상의 소리가 적막으로 빨려들고 그 적막은 새하얀 설경에서 뿜어지는데 눈은 하늘에서 흩뿌리므로 시끄러운 세상을 적막으로 떠미는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뽀드득 거리는 눈을 밟으며 나는 상념했다.

 치열한 이승의 소리가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삶에 대한 상념 속에서 나는 오랬동안  무너지고 부서졌다. 그렇게 풍화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사라져가고 있었고 또한 사라져갔으면 했다.

 

 팽팽하게 펼쳐진 인생의 고단함 속에서도 쌓인눈의 뽀드득 소리는 들려왔고, 자욱한 적막 속의 이승은 눈앞에 실제 했다.

 시끄러운 세상을 적막으로 떠미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폭설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생각했다. 치열한 삶의 소리가 떠밀려, 다가온 적막 안에서야 비로소 나는 안도했고, 그때나마 잠시 웃을 수 있었다.

 

 뽀드득 거리는 눈밟히는 소리는 내 발끝에서 울려 몸으로 퍼졌다.

 나는 쌓여가는 눈을 밟으며 길을 나섰다.

 

 

 

-end-

 

1월 4일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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