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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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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0:58:51)

비가 그쳤다.

 

 열린 창문으로 맑고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이따금씩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이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렇게 조용한 새벽이 창문 밖에서 넘어왔다.

 정신적으로 소모가 큰 하루였다. 많은 잡념이 머릿속에 떠돌아 다닌 하루였다. 주변의 삶과 사랑이야기로 부터 시작된 상념들은 마음 깊이 가라앉은 내 삶과 사랑 경험을 헤집어놓았고 그렇게 다시 위로 떠오른 기억들은 나를 지치게 했다.

 

 쥐톨만한 추억과 경험으로 나름의 법칙이라 쫑알대는 내가 우스웠다. 내가 타인에게 들려주고 - 어찌보면 세뇌시키고 - 있는 이 모든 이야기들은 과연 옳은 것인가?

 행복과 상처로 얼룩진 조막만한 경험 속에서 아직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아프다고 아프다고 쫑알거리는, 너도 결국 아플거라고 쫑알거리는 그런 철없고 피해망상적인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게 내 본 모습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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