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으로 모밀면을 덜어 육수에 담갔다.
휘휘 젓는 나무저 사이에서 풀어지는 면 자락이 김가루와 갈린 무, 썰린 파떼기와 함께 뒤채였다. 나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육수는 짭쪼름하고 달작지근한 맛이 났다. 면발이 식도로 넘어가면서 주렸던 위장은 요동쳤다. 씹어 짓눌러진 면발과 깨어진 야채는 타액과 위액 속에서 버무려졌고, 꿈틀대는 위벽 안에서 질게 삮아 내렸다.
게걸스레 요동치는 주린 뱃속은 나와는 별개의 생명처럼 살아움직였다. 무미건조한 젓가락질로 찝질한 면이 쉼 없이 식도를 따라 미끄러졌고 아우성 치던 뱃속은 우겨들어오는 면과함께 조금씩 포만해 했다.
몇년후의 끼닛거리가 당면의 끼니 앞에 합쳐지는 환영을 나는 느꼈다. 대면한 끼닛거리 앞에서 아직 오지않은 끼닛거리는 손에 잡힐듯 가까웠고 선명했지만 실체가 없었고 잡히지 않는 허상 앞에서 내 머리통은 미련하게 굶주려했다.
당면한 끼니를 씹고 삼켜도 머릿속은 공허하고 허기졌다. 눈앞의 끼니와 다가올 끼니 사이에서 내 주린 머릿속은 애처로웠다.
육신의 포만감으로 애써 머리를 위로하며 나는 그릇을 마저 비웠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