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지으며 속으로 냉가슴을 쓸어내렸다. 딱 거기까지다.
그 사람 사이에서 살가움을 느낄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거기까지다. 한 발짝 내딛으면 닿을듯 한 지척의 거리 앞에서 나는 멈추었다. 빙하 위의 크레바스처럼, 낭떠러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존했다. 그 사람과의 틈에, 내 한 발작 앞에 존재했다.
부르는 손짓과 연민의 눈빛과 애정의 감정은 헛된 것임을 알기에 나는 침묵했다. 눈을 비비며 상대방의 모습을 바라봤다. 지척인듯 하면서 아른거렸다. 그리고 또 거기까지인 것이다.
한 발자국 내딛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수없이 떠올랐다. 그랬기에 결국 거기까지인 것이다.
추락하는 환영 앞에서 나는 속으로 냉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사람과의 관계란 그런 것이다. 그 사람 사이의 관계니까 그런 것이다. 그리고 또 거기까지인 것이다, 또 거기까지인 것이라고 나는 되뇌였다.
보이지 않는 균열은 끝을 알 수 없었다. 끝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고립되어 버렸다. 끝없는 나락 뒤에서 나는 중얼거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런것이고, 관계와 관계 사이도 이런것이며, 모든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선 또한 바로 이런것이다. 그러니까 난 철저하게 고립되었고 그러기에 난 거기까지인 것이다.
나는 제자리에 편히 주저앉았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