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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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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1:06:23)

 웃음지으며 속으로 냉가슴을 쓸어내렸다. 거기까지다.

한 발짝 내딛으면 닿을듯 한 지척의 거리에서 나는 멈추었다. 빙하 위의 크레바스처럼, 낭떠러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존했다. 사람과의 틈에, 내 한 발작 앞에 존재했다. 눈을 비비며 상대방의 모습을 바라봤다. 지척인 듯 하면서도 아른거렸다. 그리고 또 거기까지인 것이다. 한 발자국 내딛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수없이 떠올랐다. 그랬기에 결국 거기까지인 것이다.

 추락하는 환영 앞에서 나는 속으로 냉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발자국 나아가는 댓가란 그런 것이였다. 그래서 또 거기까지인 것이다, 또 거기까지인 것이라고 나는 되뇌였다.

 보이지 않는 균열은 끝을 알 수 없었고, 그 끝을 알 수 없었기에 자연스레 고립되었다. 끝없는 나락 뒤에 움추려 나는 중얼거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런것이고, 관계와 관계 사이도 이런것이며, 모든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선 또한 바로 이런것이다. 그러니까 난 고립되었고 그러기에 난 거기까지인 것이다.

 

 나는 제자리에 편히 주저앉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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