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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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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1:09:26)

글쎄요. 뭐랄까요. 부쩍 답답한 기분에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요. 의문 투성이입니다. 분명히 이곳으로 흘러온 연유가 있을텐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면 지나온 자국이 흐릿하고 희미합니다. 과연 나는 저 길로 오고 있던 것이 맞을까요. 알수 없습니다. 하기사 알아도 몰라도 결국 나는 여기까지 온 것일테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네요. 그러나 나는 지금은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요. 지금도 또한 흐릿한 길을, 희미한 길을 만들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나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곧은 길인지 굽은 길인지도 또 한참을 거슬러서 돌아가고 있을수도 있다는 조바심에, 가쁜 숨 몰아쉬는 상황에서도 잠시 쉴 틈 없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헤메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정표를 찾아 사방으로 두리번 거리며 같은 곳을 빙빙 맴도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온 흔적이 흐리니 당장 있는곳이 확고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도 드네요. 어쨋든 지금은 조금 숨가쁨니다. 이정표가 없어 방향성을 잃은 지금에선 차오르는 호흡을 견뎌야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군요. 부질없네요. 제자리에 서서 편안한 숨을 쉬며 느긋하게 주위를 돌아보고 싶지만 멀리 비구름 몰려오듯이 사방에서 나를 향해 덥쳐오는 어둠이 두렵습니다. 그러네요. 나는 삶의 어두운 부분에 삼켜지기 싫어서 겁에질려 벗어나려는 도망자의 신세였네요. 부질없지만 숨돌릴 수 없고, 뛰고있지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생의 이정표를 찾아 헤매이고 있는 안타까운 도주자 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이정표가 보이시나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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