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저녁 11시 조금 넘어선 시각.
나는 부평에서 국제 업무지구행 지하철에 들어섰다.
늦은 시각이어서 그런지 객차 안은 한가로웠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승객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ㅡ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 맞은편 자리에, 꽃 한송이의 향기를 맡고있는 이름모를 아가씨..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꽃을 선물해준 누군가로인해, 그사람으로 인해 행복해 하는 것일테다. 희미하게 미소짓다가 꽃 향기를 맡으며 함박 웃음이 되고, 애정가득한 표정에 살짝 내리깔은 시선. 지금 그녀의 마음속엔 누군가의 얼굴이, 목소리가 아른거릴지도 모르겠다.
부러웠다.
지금 혼자있음에도 저렇게 행복해 하다니. 함께할 때의 기쁨 보다 더 어려운 것이, 그사람을 생각할 때 마다 밀려오는 두근거림인데. 바로 그런 사랑을 지금 저 아가씨는 누리고 있는거다.
반대편 그 사람도 지금 저렇게 행복이 충만한 상태일까?
아마 맞을거다. 그 사람도 지금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정말로ㅡ
진심으로 부러웠다.
나도 또 다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로인해 저렇게 설레일 수 있을까?
어렵다.
이런생각조차도 이젠 힘에 버겁다.
소모되는 내 감정이 안타깝다.
지금 그렇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