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나는 많은 단어를 조합했다.
그 조합된 단어를, 내 상태나 감정기복에 따라 정리하고 분류했다. 주변 반응에 대한 계산도 그에 포함되었었다. 그렇게 적은 내용들이 지금와서 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나는 지면을 옮기면서 또 분류하고 선을 긋고 가지고올것만 가지고 왔다. 그런 분류작업을 하면서, 지금 나는 도데체 뭐를 하고있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기도 했다.
일반적인 소통의 기록 이외에, 글쓰기 흉내내며 써놓은 문장들, 숨김글로 표현의 제한을 풀어버린 직접적이고 잔인한 글들, 그리고 내 사랑과 상처와 아픔에 몸부림쳤던 기록.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진들까지 있는 곳. 이게 내가 싸이월드에게 부여한 공간적인 의미이다. 이런 개인사가 점철된 공간에서, 무엇을 가지고 오고 무엇을 버릴것인지 고민하며 텍스트로 작성한 글들을 둘러보고 추려냈다. 뭐 결과적으로, 내 지금의 상태나 감정기복에 의해서 분류가 되어 나중엔 또 무의미해지겠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표현수위를 포괄적으로 좀더 넓혀서 비밀글로 쓴 직접적일 글들도 어느정도의 형식을 갖춘 것이라면 옮겨왔고, 그렇게 되므로 해서 비밀글의 감정 기복이 개방된 문서로 탈바꿈하면서 변질 및 순화되는 과정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풍성(?)해졌다. 게다가 글들을 버리고 옮겨온 지금 게시판의 구조는 좀더 폐쇄적이고 일방적이기에, 좀더 수위높은 문체로 글들을 작성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 읽어주러 온다는 것 자체가 기적인 상황이다.
벌써 새벽 두시가 다되간다. 글을 작성한 후 한번 읽어봐야겠지만 그것도 귀찮다. 중요한건, 내가 행하는 지금 이 편집증적이고 괴짜같은 행위가 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것. 그리고 내 인생 스스로의 성찰과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