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물결 속에서 떠밀리지 않으려 이 악 물고 버티고 있어도, 아차하는 순간에 중심을 잃고 만다. 뒷걸음질 치거나 옆으로 쏠리거나 앞으로 기우뚱 거리며 본 자리를 놓친다. 제자리로 돌아가는건 부단히 노력해도 쉽지가 않다. 떠밀린 자리에서 조차 버티기 힘겨우니까. 삶의 파고에 편안히 몸을 맞기면 본연의 나를 잃어버리고, 또렷한 나를 고수하면 할 수록 삶의 무게가 가중되며 날 밀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말 암울한 건, 내가 있었던 자리가 어디이며 또렷한 나는 어떤 모양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목구멍 밑 까지 물이 차올라 까치발로 땅을 딛는 그 힘겨운 버팀이 삶에서 나를 나로서 있게 하는 의지의 비유일까, 물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 봐도 일렁이는 표면에 외곡된 내 자신이 비칠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려해도, 초심이 기억나지 않는다.
의지는 이렇게 무너지는 것인가,
그래도 아직은 발 끝에 땅이 디뎌진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