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의 지방도를 지나며 풍경을 보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산 사이 고랑에 길이 나 있고, 길 주변으로 민가가 늘어서 있다. 이따금씩 보이는 실개천을 끼고 넘는 길. 왕복 2차선 도로 가장자리에는 사람이 지나가긴 매우 위험해 보이는 아주 좁은 또랑길이 나 있다. 오르락 내리락 반복되는 그 길을 가다보면 가끔씩 평지가 나오는데, 평지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민가들이 가득 차있다.
산 사이 좁은 계곡 평지에 빽빽하게 늘어선 건물들은 또 희한하게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다. 길따라 가다 보면 주변의 건물들이 띠처럼 얇게 이어지다 개활지에선 펼쳐지고 다시 또 얇아지고. 끊길 듯 끊기지 않게 끈임없이 이어져 있다.
건물을 지을 공간을 내기 불편한 이런 환경인데도, 기어이 사람들은 들어와서 길을 내고 자리를 잡고 건물을 짓고 눌러 앉는다. 이쯤되니 산이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산을 굼켜쥐고 괴롭히는 느낌이랄까?
보도블럭 사이에서도 집요하게 뿌리를 내리는 잡초의 생존력과도 비슷하지만, 사실 등산하다 마주치는 돌바위를 뿌리로 움켜쥐고 있는 큰 나무들의 느낌에 가깝다고 느꼈다.
도시에서 발현하여 점점 퍼져 나가 자연 틈을 비집고 팽창하는, 꼭 인간의 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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