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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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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00:35:56)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이어폰을 낀 채로 우산을 피며 대문을 나섰다. 낮은 볼륨의 음악소리와 함께 빗소리가 섞여져 내 귀로 흘러들었다. 그렇게 몇걸음을 더 걸어갔을 때  문득 순수한 빗소리만 듣고 싶어졌다.

 나는 귀에서 이어폰을 떼어냈다.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유난히도 경쾌했다. 이게 얼마만에 듣는 빗소리 인지..

 기분이 상쾌해지는듯 했다. 묘한 감정들.. 골목길을 걸어가는 내내 빗소리는 나를 기분좋게 해줬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었다. 오랫만에 비가 내려서인지 기분도 평소보다 고조 되는듯 했다.

 

'이런날은.... 비오는 거리의 모습을 쇼윈도로 구경하며.. 커피 한잔에 수다떠는게 진짜 최곤데..'

 

 기분좋은 빗소리는 계속 마음를 즐겁게 해주고있었다. 나는 살짝 웃음 지었다.

 쇼윈도 유리에 몽글몽글 맻혀 흐르는 빗방울들과 흐릿하게 투영되는 회색 톤의 거리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편안함이 2%쯤 모자란듯한 메이커 커피숍의 나무 의자에 앉아서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내 입에서 밖으로 새어나오는 수다들은-

 어느 이야기들 인지, 어떠한 감흥 이였었는지, 또 내 어떤 속내가 담겨 있었을지..

 어찌되었든, 느리게 흘러가는 여유를 즐기며 그 자리에 나는 앉아있을 터였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사내녀석이 생각하는거 하고는..'


 그래도 빗소리는 계속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내 반대편의 나무의 자, 아니면-  벽에 붙은, 각이 져 편하지 않은 벨벳 재질의 소파 위에는... 위에는.. 그 자리에는..


 상상이 되지 않는 나의 반대편.

 누구일까. 누구였으면 좋았을까. 그가 누구였으면 하였나.

 비어있는듯, 채워져 있는듯한 그 자리는 꼭 안개와 같이 희뿌연 느낌이였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냥 그렇게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맑은 빗소리는, 거리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잡담들, 멀찌감치서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과 함께 내 귀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냥 그렇게,  혼자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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