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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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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7 (19:23:47)

  현실을 외면했지만, 외면하여 모면할 수는 없었다.

무수히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번에도 후회는 없다. 사랑의 바탕에 믿음이 자라는게 아니라 믿음의 바탕에 사랑이 자라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야.. 사랑때문에 믿음을 속이지 않을테니. 스스로에게 거짓을 믿으라 하지 않을테니. 현실을 외면하고 착각에 빠지지 않을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랑은 믿음보다 돋보인다. 돋보이는 사랑에 믿음은 항상 가려진다. 현실을 바라보려 해도 달콤한 사랑에 시선이 빼앗긴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사랑에 빠지면 속수무책이 되어버린다. 누구나 그렇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현실을 바라보려 했건만, 두 눈 크게 뜨고 현실을 주시하고 있었건만, 현실을 보았음에도 나는 사랑의 돋보임에 현실을 외면했다. 외면하면 안되는 것을 나는 외면했다. 그렇게 나는 외면하고 말았다.

  외면하며 나는 읇조렸다.

  그래, 아니길 바라고 아닐 수 있어. 내가 사랑하니 현실을 믿기가 싫어. 사랑때문에, 그 사랑 때문에..

  ..냉정히 손뗄 수 있으면.. 그게 사랑일 수 없잖아..?

  상대방의 사랑이 변질되는 동안, 나는 내 사랑의 무게와 내 사랑의 믿음을 과신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했다. 나에게 오는 사랑이 변질되는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면서도, 불안과 설움이 끔찍하게 밀려오는 그 순간 순간에도, 나는 내 사랑의 무게와 내 사랑의 믿음을 과신하며 상대방이 마음으로 알아주길 원했고, 상대방의 마음에게 애원했다. 그렇게 끔찍한 마음 고생 속에 나 스스로를 방치했고 죽여갔다.

  애원할 수록 변질은 빨라지는 것인가? 순식간에 사랑은 변질되어 무시, 억압, 회피, 짜증, 무표정, 냉랭함 같은 다양한 감정으로 탈바꿈 되었고, 그 탈바꿈 된 부패 덩어리를 사랑이 식지 않은 척의 가식으로 덮어놓고 나를 대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사랑이 변질되어 부패된 그 덩어리 앞에서도, 식지 않은 척 하는 그 모습을 믿고싶었다.

  감정의 고문 앞에 견디고 견디다 죽음에 이르러 나는 각성했다. 현실을 외면했지만, 외면하여 모면할 수는 없었다.

  어둡고 캄캄한 저녁 퇴근길 차안에서 나는 혼자 서럽게 울었다. 운전대를 힘없이 부여잡으며 차창 밖 내리는 빗물을 가림막 삼아 나는 그렇게 마음으로, 현실로 울어댔고 벅찬 감정과 요동치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어 엉엉 울었다. 상황을 정리하고 꼭 열 네시간 만에 내 곪은 감정이 툭 터저버렸다. 어둡고 캄캄하며 추적추적 비내리는 시린 초겨울 저녁, 꼭 내 마음과 같은 저녁이였다.

  무수히 많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번에도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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