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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조회 수 : 147
2023.07.15 (22:31:42)

 오랜 시간 공백이 지날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변화가 나를 성장 시켰을까? 돌고 돌아 다시 이 곳에 돌아왔다. 물질적인 상상을 하자면, 하얗게 먼지 쌓인 오래된 빈집의 가구 같은 느낌. 여기까지 쓰자니 흰 천으로 덮어놓은 가구들. 서양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빈 고향 집에 다시 돌아갔을 때의 느낌까지 상상이 흘러간다.

 그 사이 컴퓨터도 바뀌었고 집도 바뀌었고 직업도 바뀌었고 세상도 바뀌었다. 다만 내가 혼자라는 사실은 같다. 아니 내가 혼자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이 같다. 물론 그것도 무려 15개월 전부터 지만.

 여기 까지 쓰니 말문이 막힌다.

.

..

...


괜찮다. 괜찮다. 무언가 마음속에 끓어올라 나오려고 하는 느낌이 나지만 잘 배출되지 않는다. 난 내 속이 끓는 물 인줄 알았는데, 스프같은 뜨거움 인가보다. 뽀글거리고 왈칵 거리는 느낌이 느리고 되다. 잡설이 잘 안나오는것도 이렇게 표현하다니 좀 웃기는 듯 하다. 그냥 오랫만이라 시동이 잘 안걸리네 싶은건데.


지나간 많은 시간 동안 날지탱한 것들은 운동이였다.

30대 시작부터 권투체육관을 다녔고, 그사이 러닝도 하고. 일때문에 바빠 운동 맥이 끊기다가도 다시 집중하고. 그러다 코로나가 오고 요가를 시작하고. 무수히 많은 일들과 함께 얼마전 까만 해도. 사실 지금도 내 도피처는 운동이였다. 숨을 헐떡이며 내쉬고 심장이 펌핑하고 완력에 밀리고 견디고 밀쳐때리고 유연의 한계까지 날 밀어붇여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그사이 무수히 따라오는 갖은 부상들. 운동 외에서의 다침으로 생기는 신체적 제약들.

 오늘도 나는 병원을 갔다왔다. 손목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이라는 복잡한 이름의 부상, 방치로 인한 악화. 2달전의 부상이 모든 운동의 정지라는 결과로 돌아왔고, 잘 안 낫는 부위의 손상으로 앞으로 한동안은 일절 운동을 하기 힘들 상황에 왔다. 그사이 안움직이면 내가 속터저 죽겠지만.


나이는 먹는데 몸관리를 안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시작 한 운동이라 몸짱이라던가 근육뿜뿜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라는 더 중요한 부분에 연결이 되어 지금까지 참 즐겁게 운동했고, 운동이 내 정신을 지탱해주었다. 스트레스 받을 때 도망가 숨을 곳을 만들어 주었다. 말이 말이 길어지고 구구절절해 졌지만 지금 부상이라 빨리 낫고 운동 다시하고 싶단 이야기다. 내가 가장 저렴하게 도망칠 수 있는 곳이니까.


근 몇년만에 이렇게 손가락이 흘러가는 대로 타이핑을 하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 진다.

전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고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이게 무슨 느낌인지 정의 할 수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내가 나와 대화하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네.


너무 오랫만에 왔고, 전에도 잠깐 시도해 봤지만 실패한 글쓰기. 이번엔 다시 자주 들러 적고 내 마음의 안정을, 성장을 도모하싶다.


오늘은 여기까지.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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